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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얼굴로 · 2장 / 전체 41장

직함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영어에서 「구속자」(redeemer)라는 낱말은 명사입니다. 「재판관」이나 「목자」가 어떤 역할을 가리키듯 이 낱말도 하나의 역할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역할은 그 일을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도 맡을 수 있습니다. 창세기 48:16을 「나의 구속자가 되어 온 천사」처럼 옮긴 번역으로 읽으면, 야곱이 하나님께 영예로운 칭호를 드리는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히브리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야곱이 고른 낱말의 꼴과, 그 뒤에 오는 작은 낱말 하나가 그것을 함께 보여 줍니다.

세 글자와 그 모음

히브리어 낱말은 대부분 세 자음으로 된 어근에서 자라납니다. 어근은 뜻의 뼈대를 지니고, 그 위에 얹는 모음과 앞뒤에 붙는 글자가 실제 낱말을 만듭니다. 우리 낱말의 어근은 g-’-l(기멜, 알렙, 라멧)이며, 「구속하다, 되사다」라는 뜻입니다. 한 벌의 모음을 얹으면 가알, 곧 「그가 구속했다」가 됩니다. 다른 벌을 얹으면 고엘, 곧 「구속하고 있는 이」가 됩니다. 자음은 같고, 모음만 다릅니다.

고엘이라는 꼴은 문법책에서 분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히브리어 분사에는 그 자체의 시제가 없습니다. 분사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 곧 진행되거나 계속되는 행동을 가리키며, 문장 안에서 명사처럼 쓰일 수 있습니다. 그 앞에 관사 하(「그」)를 붙이면 하-고엘, 곧 「구속하고 있는 그분」이 됩니다.

그 절을 다시 봅니다.

창세기 48:16 나를 모든 악에서 구속하신 사자께서 이 아이들을 축복하시기를 바란다. 그들 위에 내 이름과 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름이 불리며, 그들이 땅 가운데서 크게 번성하기를 바란다.”

하-고엘 바로 뒤에 오티, 곧 「나를」이 옵니다. 이 분사는 동사와 똑같이 목적어를 받습니다. 이것으로 이 문장에서 그 낱말이 어떤 종류의 말인지가 정해집니다. 야곱은 어떤 직분의 이름을 대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나를 구속하시는 분」이라고 말하고, 이어서 어디에서인지를 덧붙입니다. 미콜 라, 곧 「모든 악에서」입니다.

바닷가에서 높은 의자에 앉은 젊은 여자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안전요원이에요.” 하고 말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은 직함입니다. 아무도 물에 들어가지 않은 날에도 그 말은 참입니다. 이번에는 방금 파도 속에서 끌려 나와 아직 기침을 하는 사람이 그 여자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나를 건져 냈어요.” 하고 말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직업을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말하는 것입니다. 야곱의 말은 둘째 경우입니다.

YLV는 이 말을 「나를 모든 악에서 구속하신」으로, 곧 이미 이루어진 일로 옮깁니다. 야곱이 지난날을 돌아보고 있으므로, 이 번역은 그 자리에 잘 맞습니다. 그는 생애 끝에서, 이미 지나온 악들을 두고 말하며, 그 모든 악을 지나는 내내 자기를 구속해 오신 분을 부릅니다. 분사는 일하고 계신 그분을 보여 주고, 목적어 「나를」은 그 일이 누구를 위해 이루어졌는지를 보여 줍니다. 이것은 하나님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이 아닙니다. 야곱 자신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성경에 처음 나오는 구속은 하나님께서 지니고 다니시는 칭호가 아닙니다. 그분께서 한 사람을 위해 실제로 하신 일이며, 그 사람은 그 일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자

이 구절의 다른 명사는 하-말라크, 곧 「그 사자」입니다. 말라크는 보냄을 받은 이를 가리키는 평범한 히브리어 낱말로,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자를 뜻할 수도 있고, 그저 소식을 전하는 사람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관사가 붙어 「그 사자」이며, 16절 자체에는 여호와라는 이름도 엘로힘이라는 낱말도 없습니다. 이 사자는 새로운 인물로 소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눈앞에 있는 분, 곧 앞 절에서 시작된 줄의 셋째로 불립니다.

낱말의 꼴도 분명합니다. 여기서 말라크는 「누구누구의 사자」라는 구에서처럼 뒤에 오는 낱말에 묶여 있지 않습니다. 「나를 구속하시는」이라는 말은 이 사자가 누구의 사자인지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같은 분에 관해 더 알려 줄 뿐입니다. 곧 그 사자가 구속하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세 이름과 동사 하나

야곱의 축복은 15절에서 16절까지 한 문장으로 이어집니다. 주어 셋이 나란히 서 있고, 그 뒤에 동사 하나가 옵니다.

히브리어야곱이 부르는 분
첫째하-엘로힘「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이 그 앞에서 걸어온 하나님」
둘째하-엘로힘「나를 나의 출생부터 오늘까지 기르신 하나님」
셋째하-말라크「나를 모든 악에서 구속하신 사자」
동사예바레크「축복하시기를」, 3인칭 남성 단수

동사는 예바레크, 곧 「그가 축복하시기를」입니다. 히브리어는 주어의 인칭 · 성 · 수를 동사 자체에 표시합니다. 예바레크 앞머리의 글자는 「그」를 나타내고, 낱말 끝에는 복수 어미가 없습니다. 단수입니다. 세 분을 부르고, 한 「그」에게 축복을 구합니다.

리브가가 가족을 떠날 때 받은 다른 축복을 보면 그 차이가 드러납니다.

창세기 24:60 그들이 리브가를 축복하여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의 어머니가 되어라. 네 씨가 자기 원수들의 성문을 차지하기를 바란다.”

여기서는 동사가 복수입니다. 「그들이 리브가를 축복하여」. 같은 어근에서 나온 동사인데, 여기서는 복수를 나타내는 글자 와우로 끝납니다. 가족이 함께 리브가를 축복했고, 동사가 그것을 말해 줍니다. 창세기 48:16에는 그 어미가 없습니다. 야곱은 조상들의 하나님, 자기를 기르신 하나님, 자기를 구속하신 사자를 부르고, 「그가」 아이들을 축복하시기를 구합니다.

반대 견해도 공정하게

신중한 독자라면 반론도 들어 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있는 반론이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어에서 주어 여럿이 나열되면, 동사가 가장 가까운 주어에 맞추는 일이 흔합니다. 「그 사자」가 예바레크에 가장 가까이 있으므로, 단수 동사는 사자에게만 속하며 앞의 두 이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 한 절의 문법만 따로 놓고 보면, 이 물음을 매듭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동사 하나에만 달려 있지 않습니다. 야곱이 임종 자리에 눕기 훨씬 전에 창세기가 이 사자에 관해 이미 무엇을 말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 대목들을 읽고 나면, 단수 동사는 더 이상 억지로 설명해 치워야 할 수수께끼가 아닙니다. 그 사자가 자신에 관해 이미 하신 말씀과 맞아떨어집니다.

이 절이 보여 주는 것

성경에서 구속이라는 말을 처음 한 사람은 야곱입니다. 그가 구속자라고 부른 분은 그 사자입니다. 그 사자는 엘로힘과 한 문장 안에 서고, 같은 단수 동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하신 일을 가리키는 낱말은 목적어를 받는 분사, 곧 「나를 구속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구속이 성경에 처음 나올 때, 그것은 아직 율례도 교리도 아닙니다. 한 사람이 자기 온 생애를 두고 한 고백입니다.

야곱은 이 한 이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창세기의 다음 장에서 아들들을 축복하며, 그는 자기 너머에 계신 분을 두 번 더 말하고, 그때마다 다른 낱말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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