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표적 · 29장 / 전체 47장
저녁이 14일을 열 때
앞 장은 출애굽기 12:6의 끝말로 맺었습니다. “이스라엘 회중의 온 무리가 베인 하아르바임(저녁들 사이)에 그를 드려라(샤하트).” 어린양은 14일 전까지 맡겨져 간직되었고, 그다음에 드려졌습니다. 이 장은 「저녁들 사이」가 정확히 언제인지를 묻습니다.
히브리어로 이 말은 베인 하아르바임입니다. 베인은 「사이」라는 뜻이고, 아르바임은 저녁을 뜻하는 낱말 에레브가 둘을 말하는 꼴로 쓰인 것입니다. 낱말 그대로 읽으면 「두 저녁 사이」입니다. YLV는 이를 「저녁들 사이」로 옮깁니다.
이 말을 읽어 온 두 가지 방식
이 말이 두 저녁을 말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오래전부터 그 두 저녁이 어디에 있고 그 사이에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어 왔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말을 오후 전체로 늘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시각부터 해가 질 때까지로 보았습니다. 그 시간 안이면 언제든 어린양을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해가 진 뒤부터 아주 어두워질 때까지의 짧은 동안으로 좁혔습니다. 두 견해 모두 진지한 사람들이 지켜 왔고, 둘 다 우리에게 낯설게 들리는 이 말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입니다.
이 책은 성경 자체의 날 계산법으로 이 말을 다르게 읽습니다. 「저녁들 사이」는 저녁 그 자체입니다. 해가 아직 내려가는 동안 처음 비치는 저녁놀부터, 해가 지평선을 넘어간 뒤 남은 마지막 노을빛까지입니다. 오후 내내 걸친 시간도 아니고, 어두워진 뒤의 한순간도 아닙니다. 첫 빛에서 마지막 빛까지 바라본 저녁입니다.
이 읽기는 짐작이 아닙니다. 성경이 스스로 이를 확인해 줍니다. 성경은 같은 백성이 지킨 두 번의 유월절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때를 서로 다른 두 말로 부르기 때문입니다.
광야의 유월절
출애굽 둘째 해, 이스라엘은 아직 시내산에 진을 치고 있었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그곳에서 유월절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민수기 9:3 이 달 열나흗날 그 저녁들 사이에 정해진 때(모에드)에 그것을 지키되, 그 모든 규례(후카)와 모든 판결(미쉬파트)에 따라 그것을 지켜라.
민수기 9:5 그들이 첫째 달 열나흗날 그 저녁들 사이에 시나이 광야에서 유월절을 지켰으니,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차와) 모든 것을 이스라엘 자손이 그대로 행하였다.
명령과, 그 명령을 지킨 기록이 같은 말을 씁니다. 「열나흗날 그 저녁들(하아르바임) 사이에」. 출애굽기 12:6의 그 말이 유월절의 때로 다시 주어진 것이며, 「정해진 때(모에드)에」 지키라는 것입니다. 정해진 때는 느슨하게 남겨 두는 것이 아닙니다. 여호와께서 그 때를 정하셨고, 이스라엘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차와) 모든 것을」 그대로 행했습니다.
길갈의 유월절
출애굽 사십 년 뒤, 다음 세대가 요단을 건넜습니다. 그 땅에 들어가 할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유월절을 지켰습니다.
여호수아 5:10 이스라엘 자손이 길갈에 진을 치고, 그 달 십사일 저녁 여리고 평원에서 유월절을 지켰다.
같은 민족이, 같은 정해진 때를, 그 달의 같은 날에 지킨 것입니다. 민수기는 「열나흗날 그 저녁들(하아르바임) 사이에」 지켰다고 말합니다. 여호수아는 「그 달 십사일 저녁」에 지켰다고 말합니다. 민수기가 「저녁들 사이」라고 한 자리에 여호수아는 그냥 「저녁」, 곧 에레브, 하나의 저녁을 씁니다.
성경은 같은 명령을 서로 다른 두 때를 가리키는 두 말로 적지 않습니다. 여호수아의 쉬운 말이 모세의 말뜻을 알려 줍니다. 「저녁들 사이」는 저녁을 가리킵니다. 첫 빛과 마지막 빛을 지닌 하나의 저녁이며, 유월절은 그 저녁 안에서 지켜졌습니다.
해가 질 무렵
신명기는 세 번째 증인을 더하는데, 셋 가운데 가장 생생합니다.
신명기 16:6 오직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려고 택하실 그곳에서만, 저녁 해질 무렵, 곧 네가 이집트에서 나온 그 정해진 때(모에드)에 유월절 제물을 잡아라.
모세는 「저녁 해질 무렵」이라고 씁니다. 해가 진 뒤라고 하지 않습니다. 해가 질 무렵, 곧 해가 내려가는 동안이라고 합니다. 3장에서 본 저녁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유월절은 저녁에 드리며, 해가 내려가는 동안에도 저녁은 이미 와 있습니다. 같은 절은 이때를 「네가 이집트에서 나온 그 정해진 때(모에드)」라고 부릅니다. 신명기 16:1은 이미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밤에」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다고 말했습니다. 유월절 저녁은 그 밤의 문턱입니다.
저녁이 하루를 엽니다
이제 이 절들을 3장에서 본 것과 나란히 놓아 봅시다. 낮이 끝나고 저녁이 오면, 새 하루가 시작된 것입니다. 저녁은 결코 둘로 쪼개지지 않습니다. 앞부분은 전날에, 뒷부분만 새 날에 속하는 것처럼 나뉘지 않습니다. 하나의 저녁에는 세 부분이 있습니다. 해가 지기 전의 저녁, 해가 지는 때, 해가 진 뒤의 저녁입니다. 셋 모두 같은 새 날에 속하고, 그 저녁 전체가 베인 하아르바임, 곧 「저녁들 사이」입니다. 신명기의 「저녁 해질 무렵」은 그 한가운데에 있고, 여호수아의 한 낱말 에레브는 그 전체를 가리킵니다. 전날의 뒷부분, 대략 제구 시부터의 오후는 복음서가 옵세라고 부르는 때입니다. 그때는 아직 옛 날에 속하며, 그 안에서 저녁을 위한 모든 것을 준비합니다.
그러므로 「저녁들 사이」는 14일 끝의 시간이 아닙니다. 14일을 여는 저녁, 그날의 첫 부분입니다. 그래서 레위기는 날짜와 시각을 아무 무리 없이 한데 둘 수 있습니다. “첫째 달 그달 열나흘 그 저녁들(하아르바임) 사이는 여호와의 유월절이다”(레위기 23:5). 14일은 그 저녁과 함께 들어오고, 유월절은 그 저녁에 드립니다.
누룩 없는 빵이 같은 때에 시작되는 까닭도 이것으로 설명됩니다. “첫째 달 십사일 저녁부터 … 너희는 누룩 없는 빵을 먹어라”(출애굽기 12:18). 어린양을 드리는 일과 빵이 시작되는 일은 한 저녁, 같은 저녁에 있습니다. 13일 낮이 끝나고 14일이 시작될 때 오는 그 저녁입니다.
두 낱말을 함께 놓으면
이제 출애굽기 12:6의 처음 두 낱말이 서로 들어맞고, 달력의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어린양을 간직하는 일은 14일 전까지 이어지고, 드림은 14일을 시작하는 저녁에 있습니다. 민수기, 여호수아, 신명기가 저마다 제 말로 같은 것을 말하고, 레위기 23:5는 그것을 한 줄로 모읍니다.
이것은 그 바로 앞의 시간에 대해서도 알려 줍니다. 드림이 14일을 여는 저녁에 속했다면, 제물을 준비하는 일은 그 저녁이 오기 전, 13일 낮에 해야 했습니다. 준비하지 않은 것을 저녁에 드릴 수는 없습니다. 요한이 13일에 붙인 이름, 「파스카(유월절) 준비일」(요한복음 19:14)은 여기에 꼭 맞습니다.
저녁 한 번은 짧습니다
꼼꼼한 독자라면 어려운 점을 하나 알아챌 것입니다. 유월절을 저녁 한 번, 첫 노을빛에서 마지막 빛까지에 드렸다면, 그것은 긴 시간이 아닙니다. 이집트에서는 집집마다 제 문 앞에서 제 어린양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땅에서는, 신명기 16:6이 바로 말하듯이, 모세가 유월절을 오직 한 곳,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려고 택하실 곳에서만 드리라고 명령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온 회중이 어떻게 한 곳에서, 짧은 저녁 한 번에 어린양들을 드릴 수 있었을까요?
답은 출애굽기 12:6의 세 번째 낱말, 샤하트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이 낱말을 「kill(죽이다)」이나 「slaughter(잡다)」로 옮깁니다. YLV는 「드리다」로 옮깁니다. 다음 장은 그 차이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13일의 일과 14일의 드림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