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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정에 선 바울 · 40장 / 전체 47장

마라, 만나, 그리고 초기 명령들

출애굽 이야기를 들려줄 때 사람들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대략 이런 식입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시내산까지 가는 내내 불평했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화를 내셨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물을 주셨고 빵을 주셨습니다. 끝없이 참으셨습니다. 징벌은 오직 율법이 주어진 뒤에야 찾아왔습니다.”

여기서 끌어내는 교훈은 아주 분명합니다. 율법 전에는 은혜가 있었고, 율법 뒤에는 진노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 방식에 따르면, 율법을 주신 순간은 곧 하나님의 인내가 바닥난 순간입니다.

이 이야기가 왜 설득력을 얻는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성경에 불평이 실제로 나오고, 선물도 실제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마라에서 백성은 「우리가 무엇을 마십니까?」(출애굽기 15:24) 하고 원망했고, 쓴물은 단물이 되었습니다. 신 광야에서는 차라리 이집트에서 「고기(바사르) 솥 곁에」(출애굽기 16:3) 앉아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하나님께서는 하늘에서 빵을 비처럼 내려 주셨습니다. 르비딤에서는 물 때문에 모세와 다투었고(출애굽기 17:2-3), 바위에서 물이 나왔습니다. 선물이 잇달아 주어졌고, 그사이에 하늘에서 불이 내려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시간 순서에 기대고 있으며, 시간 순서는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시내산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확실한 기준점 하나를 잡고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스라엘은 출애굽기 19장에서 그 산에 이릅니다.

출애굽기 19:1 이스라엘 아들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셋째 달, 바로 그 날에 그들이 시내 광야에 이르렀다.

홍해부터 이 구절까지 나오는 모든 일은 시내산 이전에 일어납니다. 출애굽기 15장, 16장, 17장은 모두 그 산에 이르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앞선 주장이 맞다면, 이 장들에는 계명도, 토라도, 책망도 없어야 합니다. 이를 알아보는 길은 직접 읽어 보는 것입니다.

마라에서 주신 규례

쓴물 이야기로, 그리고 백성이 투덜거린 직후에 일어났던 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출애굽기 15:25-26 그가 여호와께 부르짖으니, 여호와께서 그에게 한 나무를 보이셨다. 그가 그것을 물에 던지니 물이 달아졌다. 그곳에서 그분이 그들에게 규례(호크)와 판결(미쉬파트)을 세우시고, 거기서 그들을 시험하셨다. 그분이 말씀하셨다.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목소리를 잘 듣고, 그분의 눈에 옳은 것을 행하며, 그분의 계명(미츠바)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모든 규례(호크)를 지키면, 내가 이집트에 내린 그 모든 질병을 네게 내리지 않겠다. 나는 너를 고치는 여호와다.

핵심 낱말은 25절에 있습니다. 「그곳에서 그분이 그들에게 규례(호크)와 판결(미쉬파트)을 세우시고」. 호크는 규례, 곧 정해진 법령입니다. 미쉬파트는 판결, 곧 판정입니다. 이 낱말들은 나중에 토라가 자기 계명들을 일컬을 때 쓰는 바로 그 말입니다.

이어서 26절은 두 마디를 더 보탭니다. 「그분의 계명(미츠바)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모든 규례(호크)를 지키면」. 규례와 판결, 계명과 규례. 토라가 자신의 계명들을 부를 때 쓰는 고유한 말들이, 누군가 시내산을 보기도 전인 몇 주 앞서 마라의 물가에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 구절은 또한 「거기서 그들을 시험하셨다」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마라에서 베풀기만 하신 것이 아니라 시험도 하셨습니다.

빵과 시험

출애굽기 16장에서는 이 시험을 대놓고 말씀하십니다.

출애굽기 16:4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보라, 내가 너희를 위해 하늘에서 빵을 비처럼 내리겠다. 백성은 나가서 그날그날 하루치를 거두어라. 이는 그들이 내 토라를 따라 걷는지 안 걷는지 내가 그들을 시험하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쓰시는 낱말은 토라입니다. 하나님은 막연한 선함이나 흐릿한 도덕관념을 말씀하지 않으시고 「내 토라」를 말씀하십니다. 만나는 지침과 함께 주어졌으며, 백성이 하나님의 토라 안에서 걸을지 어떨지를 그 지침으로 시험하셨습니다.

시즌 첫 경기를 몇 주 앞두고 여름 훈련 캠프에 모인 미식축구 팀을 떠올려 보십시오. 감독은 선수들에게 언제 집합할지, 무엇을 먹을지, 언제 쉴지를 일러 줍니다. 그 팀의 어떤 선수도 시즌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첫 공식 경기는 큰 날이지만, 감독의 말은 캠프 첫날 아침부터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언제까지 거절하겠느냐?」

만나에 관한 지침 가운데 일부는 일곱째 날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백성은 엿새 동안 거두어야 했고, 일곱째 날에는 만나가 내리지 않을 것이었습니다(출애굽기 16:26). 그런데도 몇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출애굽기 16:28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언제까지 내 계명(미츠바)과 내 토라 지키기를 거절하겠느냐?

이 말씀은 책망이며, 시내산에 이르기 전에 하신 말씀입니다.

「거절하다」에 해당하는 원어는 마엔(꺼리다, 마다하다)이며, 질문은 「언제까지」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방금 처음 일어난 일을 두고 「언제까지」라고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말은 반복되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계명들과 토라를 주셨고, 백성은 그것들을 지키기를 거듭 거절해 왔습니다.

따라서 앞선 주장의 전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시내산 이전에도 이미 계명들이 있었고 이미 토라가 있었으며, 성경은 백성이 그것을 지키지 않아 하나님께서 꾸짖으신 일을 이미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광야의 심판은 무엇이었는가?

누군가는 여전히 무거운 심판들, 곧 죽음과 전염병과 사십 년의 방황이 시내산 이후에 찾아왔다고 반박할지 모릅니다. 그것은 율법이 효력을 발휘한 결과가 아니었냐고 말입니다.

그 심판들에 앞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먼저 백성은 언약을 낭독하는 소리를 듣고 대답했습니다.

출애굽기 24:7 그가 언약(베리트)의 책을 가져다가 백성의 귀에 낭독하니, 그들이 말하였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우리가 행하고 순종하겠습니다.”

백성은 자기들의 입으로 직접 언약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뒤 모세는 산에 올라가 거기서 「사십 일 사십 밤」(출애굽기 24:18)을 있었습니다. 모세가 내려오기도 전에 백성은 부어 만든 송아지를 만들고, 그 앞에 절하며 희생 제물을 바치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아, 이것이 너를 이집트 땅에서 인도해 낸 네 신들이다」(출애굽기 32:8).

이 일은 까다로운 규칙집에 걸려든 사소한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방금 「우리가 행하고 순종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백성이 사십 일도 채 지나지 않아 다른 신을 만들고 그 앞에 절한 것입니다.

사십 년의 광야 생활에 관해서도 성경은 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힙니다.

민수기 14:22-23 내 영광과 내가 이집트와 광야에서 행한 내 표(오트)들을 보고도 이같이 열 번이나 나를 시험하며 내 목소리를 듣지 않은 모든 사람, 그들은 내가 그들의 조상에게 맹세한 땅을 결코 보지 못할 것이며, 나를 멸시한 자는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죄목은 그들이 「이같이 열 번이나 나를 시험하며 내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이고, 판결은 「나를 멸시한 자는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법 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사람들은 하나님의 영광과 표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열 번이나 하나님을 시험하며 귀 기울이기를 거절했습니다.

히브리서도 이 판결을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히브리서 3:18-19 그리고 그분의 안식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맹세하신 대상이 누구냐? 불순종한 이들이 아니냐? 이렇게 우리는 그들이 불신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음을 본다.

광야에서 쓰러진 세대는 율법이 있었기 때문에 쓰러진 것이 아닙니다. 자기들을 이집트에서 안아 내신 하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쓰러졌습니다.

우리를 위하여 기록된 말씀

바울은 이 이야기들이 왜 보존되었는지 설명합니다.

고린도전서 10:11 이제 이것들은 모두 튀포이(예형)로서 그들에게 일어났으니, 시대들의 끝에 이른 우리에게 교훈으로 기록되었다.

만약 우리가 이 장들을 읽으면서, 오래 참으시던 하나님이 집행할 율법이 생기자마자 가혹하게 변하셨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거기서 잘못된 교훈을 끌어내는 셈입니다. 이 기록들이 실제로 보여 주는 분은 이집트에서 나온 첫 몇 주 동안 자신의 규례들과 토라를 주신 하나님, 그것들로 자기 백성을 시험하신 하나님, 백성이 거절할 때 꾸짖으신 하나님, 그리고 그 모든 표를 불신앙으로 맞은 세대를 심판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시내산 전에는 은혜였고 그 뒤에는 진노였던 적은 결코 없었습니다. 동일한 하나님께서 마라에서 물과 토라를 함께 주셨고, 신 광야에서 빵과 계명들을 함께 주셨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이렇게 대답할지 모릅니다. “좋습니다, 계명들은 여전히 서 있습니다. 하지만 예슈아께서 내 대신 그것들을 완벽하게 지키셨고, 그분이 지키신 것이 내 것이 되었으니, 내가 할 일은 그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이는 메시아 자신에 관한 주장이므로, 따로 면밀하게 읽어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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