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성전 · 38장 / 전체 45장
레위기 23장의 날들을 하나씩
집집마다 부엌 벽에 달력을 걸어 둡니다. 달력에는 생일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고, 어떤 날에는 “모두 쉬는 날”이라고 적혀 있으며, 또 어떤 날에는 “사무실만 쉬는 날”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두 날 모두 특별하지만, 특별한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달력을 한눈에 보고 그 차이를 알아차립니다.
레위기 23장은 하나님의 달력이며, 그와 똑같이 세심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절기를 그저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는 똑같은 날로 떠올리기 쉽지만, 히브리어 본문은 그보다 훨씬 더 정교합니다. 본문은 쉼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낱말을 쓰고, 금하는 일의 종류에 따라서도 서로 다른 낱말을 씁니다. 천천히 읽어 보면, 이 장은 세심하게 그려 넣은 표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모든 날 위에 적힌 하나의 표제
우리는 지난 장에서 첫머리를 읽었습니다. 「너희가 거룩한 모임으로 선포할 여호와의 정해진 때들(모에딤), 이것들이 내 정해진 때들(모에딤)이다」(레위기 23:2). 이 말씀은 어느 하루만을 두고 한 것이 아닙니다. 뒤이어 나오는 모든 내용 위에 붙여 놓은 표제이며, 어느 하루도 그 아래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본문은 이 말씀을 되풀이합니다.
레위기 23:4 이것들이 너희가 정해진 때(모에드)에 거룩한 모임으로 선포할 여호와의 정해진 때들(모에딤)이다.
레위기 23:44 이렇게 모세는 여호와의 정해진 때들(모에딤)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했다.
이 표제는 2절, 4절, 37절, 그리고 44절에 나옵니다.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레위기 23장은 모에딤을 다룬 장입니다.
「거룩한 모임」은 히브리어로 미크라 코데쉬입니다. 미크라는 함께 부르는 것, 곧 소집을 뜻하며, 동시에 낭독을 뜻하기도 합니다. 거룩한 모임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불러 당신 앞으로 모으시는 날입니다.
이 표제는 빠지기 쉬운 오해를 바로잡아 줍니다. 어떤 사람은 유월절을 다룬 구절 하나만 따로 떼어 내어, 거기에 쉼에 대한 말이 없다는 점을 보고 유월절은 샤밭(안식일)도 아니고 샤밭톤도 아니라고 결론지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구절 역시 2절의 표제 아래에 놓여 있습니다. 유월절과 첫 단을 흔드는 날을 포함하여 이 장에 이름이 나오는 모든 날은 여호와의 정한 때이며 거룩한 모임입니다. 표제를 빼놓고 한 줄만 읽는 사람은 그 구절을 잘못 읽게 됩니다.
쉼을 뜻하는 세 가지 낱말
이 표제에 더하여, 어떤 날들에는 쉼을 뜻하는 낱말이 덧붙여집니다. 레위기 23장은 그 낱말을 세 가지 형태로 쓰며, 아주 정확하게 구분하여 사용합니다.
| 낱말 | 뜻 | 레위기 23장에서 쓰인 곳 |
|---|---|---|
| 샤밭 | 그침, 쉼. 일곱째 날의 이름이자 쉼 그 자체의 상태 | 일곱째 날(23:3). 속죄일도 「너희 샤밭」이라 부름(23:32) |
| 샤밭톤 | 쉼을 지킴, 정한 절기의 쉼 | 나팔절(23:24), 초막절 첫날과 여덟째 날(23:39) |
| 샤밭 샤밭톤 | 가장 깊은 쉼, 쉼 가운데의 쉼 | 오직 두 날뿐임. 일곱째 날(23:3)과 속죄일(23:32) |
가장 강한 형태가 쓰인 두 날은 다음과 같습니다.
레위기 23:3 엿새 동안은 일을 하고, 일곱째 날은 샤밭 중의 샤밭톤이요 거룩한 모임이니, 너희는 어떤 일도 하면 안 된다. 이것은 너희 모든 거처에서 여호와께 드리는 샤밭이다.
레위기 23:32 그날은 너희에게 샤밭 중의 샤밭톤이니, 너희는 너희 자신(네페쉬)을 괴롭게 하여라. 그달 아흐레 저녁, 곧 저녁부터 저녁까지 너희 샤밭을 지켜야 한다.
이 장에서 매주 돌아오는 일곱째 날과 속죄일, 오직 이 두 날에만 「샤밭 중의 샤밭톤」이라는 겹이름이 주어집니다. 속죄일을 말할 때 본문은 아예 이 낱말을 동사로 바꾸어 「너희 샤밭을 지켜야 한다」(히브리어 그대로는 「너희 샤밭을 샤밭하라」)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그보다 부드러운 형태, 곧 샤밭톤만 쓰인 표현은 일곱째 달 첫날에 나타납니다.
레위기 23:24-25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라. 일곱째 달 그달 초하루는 너희에게 샤밭톤, 곧 나팔 소리로 기념하는 거룩한 모임이 된다. 너희는 어떤 노동하는 일도 하면 안 되고, 여호와께 화제를 드려라.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어떤 날에 이 낱말들이 붙어 있든 그렇지 않든, 그날이 결코 덜 중요한 모에드(정한 때)는 아닙니다. 쉼을 뜻하는 낱말은 강조하기 위해 몇몇 날에 덧붙여진 것뿐입니다. 유월절, 흔드는 단을 드리는 날, 무교절, 칠칠절에는 이처럼 쉼을 뜻하는 낱말이 붙어 있지 않지만, 그날들 역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여호와의 정한 때입니다.
「하지 말라」의 두 단계
다음으로, 일을 금하는 규정을 자세히 읽어 보겠습니다. 히브리어 표현은 로 타아수(너희는 하지 말라)입니다. 이 장에 나오는 일을 금하는 모든 규정은 똑같이 이 두 낱말로 끝나며, 달라지는 것은 그 앞에 놓이는 목적어입니다.
| 금지 규정 | 뜻 | 해당하는 날 |
|---|---|---|
| 콜 멜라카 로 타아수 | 「어떤 일도 하면 안 된다.」 완전한 금지 | 매주 돌아오는 안식일(23:3), 속죄일(23:28, 31) |
| 콜 멜레케트 아보다 로 타아수 | 「어떤 노동하는 일도 하면 안 된다.」 아보다(노동). 힘겨운 노동, 생업의 일 | 무교절 첫날과 일곱째 날, 칠칠절, 나팔절, 초막절 첫날, 여덟째 날 |
본문에서 이 두 가지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겠습니다. 속죄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읽습니다.
레위기 23:28 너희는 바로 그날에 어떤 일도 하면 안 된다. 그날은 속죄일이니, 너희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너희를 위해 속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교절 첫날에 대해서는 이렇게 읽습니다.
레위기 23:7 첫째 날은 너희에게 거룩한 모임이 되니, 너희는 어떤 노동하는 일도 하면 안 된다.
한 날은 「어떤 일도」 금하고, 다른 날은 「어떤 노동하는 일도」 금합니다. 「노동하는 일」로 옮긴 아보다는 수고와 노동, 곧 자기 생업의 일을 뜻합니다. 히브리어 본문 자체가 두 가지 쉼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두 날에는 모든 일이 멈춥니다. 그리고 거룩한 모임으로 모이는 다른 날들에는 먹고살기 위해 하는 생업의 노동이 멈춥니다.
토라는 그러한 절기 날들에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밝혀 줍니다. 첫 유월절을 지낼 때, 무교절의 첫날과 일곱째 날을 두고 이렇게 말씀합니다.
출애굽기 12:16 첫째 날에 거룩한 모임이 있고, 일곱째 날에도 너희에게 거룩한 모임이 있을 것이다. 그날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되, 다만 각 혼(네페쉬)이 먹을 것, 그것만은 너희가 준비해도 된다.
「다만 각 혼(네페쉬)이 먹을 것, 그것만은 너희가 준비해도 된다.」 그런 날에는 화덕에 불을 지피고 음식을 장만하며,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함께 먹습니다. 매주 돌아오는 안식일과 속죄일은 모든 것이 멈추는 날입니다. 다른 거룩한 모임들은 함께 모여 기뻐하는 잔칫날이며, 이날에는 밭과 가게의 문을 닫고 식탁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아홉 가지 정한 때
이제 벽에 걸린 달력 전체를 한눈에 보겠습니다. 각 칸에는 레위기 23장이 그날에 관해 직접 밝힌 내용만 담았습니다. 본문에 쉼을 뜻하는 말이나 일을 금하는 규정이 따로 나오지 않으면 표에도 그대로 적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날이라도 2절의 표제에 따라 여전히 여호와의 모에드(정한 때)이며 거룩한 모임입니다.
| 정한 때 | 날짜 | 쉼을 뜻하는 말 | 거룩한 모임 | 금하는 일 | 레위기 23장 | |
|---|---|---|---|---|---|---|
| 1 | 주간 안식일(샤밭) | 이레마다 | 샤밭 샤밭톤 | 예 | 모든 일(멜라카) | 3 |
| 2 | 유월절 | 첫째 달 열나흗날, 저녁들 사이 | 따로 없음 | 예 (2절) | 언급 없음 | 5 |
| 3 | 무교절 | 첫째 달 열닷샛날~스무하룻날 | 따로 없음 | 첫째 날과 일곱째 날 | 생업의 일, 첫째 날과 일곱째 날 | 6–8 |
| 4 | 첫 열매의 흔드는 단 | 안식일 이튿날 | 따로 없음 | 예 (2절) | 언급 없음 | 9–14 |
| 5 | 칠칠절(샤부옽) | 흔드는 단부터 세어 쉰째 되는 날 | 따로 없음 | 예 | 생업의 일 | 15–21 |
| 6 | 나팔절 | 일곱째 달 첫날 | 샤밭톤 | 예 | 생업의 일 | 23–25 |
| 7 | 속죄일 | 일곱째 달 열흘날 | 샤밭 샤밭톤 | 예 | 모든 일(멜라카) | 26–32 |
| 8 | 초막절(수콭) | 일곱째 달 열닷샛날~스무하룻날 | 샤밭톤, 첫째 날 | 첫째 날 | 생업의 일, 첫째 날 | 33–43 |
| 9 | 여덟째 날(성회) | 일곱째 달 스무이튿날 | 샤밭톤 | 예 | 생업의 일 | 36, 39 |
이 가운데 몇 줄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월절은 열나흗날 「저녁들 사이」에 옵니다.
레위기 23:5 첫째 달 그달 열나흘 그 저녁들(하아르바임) 사이는 여호와의 유월절이다.
이날에는 일을 금하는 규정이 따로 붙어 있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하루를 어떻게 세는지 기억해 보십시오. 창세기 1장 5절에서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째 날이었다」라고 한 것처럼, 성경의 하루는 자정이 아니라 저녁에 시작합니다. 유월절은 열나흗날이 시작될 무렵인 「저녁들 사이」에 찾아옵니다. 따라서 그 저녁이 되기 전의 낮 시간은 아직 열나흗날이 아니라 열사흗날입니다. 이 열사흗날 낮이 바로 유월절 어린양을 준비하는 예비일입니다. 해가 지면 비로소 열나흗날이 시작되고, 그날 밤에 유월절 음식을 먹습니다. 열나흗날에 자리한 유월절 본날은 이 장의 표제 아래에서 여호와의 모에드이자 거룩한 모임으로 섭니다.
흔드는 단에 관해서는 여호와께서 따로 말씀을 주십니다.
레위기 23:10-11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그들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땅에 너희가 들어가 그 곡식을 거두거든, 너희 추수의 첫 단을 제사장에게 가져와라. 제사장은 너희가 받으심을 얻도록 그 단을 여호와 앞에 흔든다. 그 샤밭 이튿날에 제사장이 그것을 흔든다.
수확한 첫 곡식 단을 「그 샤밭 이튿날에」 여호와 앞에서 흔들어 올리는데, 이 예물을 가져다 드리기 전에는 햇곡식을 조금도 먹지 못합니다(23:14). 곡식 한 단을 올리는 일일 뿐이지만, 이 역시 여호와의 정한 때입니다.
바로 이 곡식 단에서부터 날수를 세기 시작합니다.
레위기 23:15-16 너희는 그 샤밭 이튿날, 곧 너희가 요제의 단을 가져온 날부터 세되, 온전한 일곱 샤밭이 되게 하여라. 일곱째 샤밭 이튿날까지 오십 일을 세고, 여호와께 새 곡물 예물을 드려라.
일곱 번의 안식일을 온전히 세고 나면, 새 곡식 예물을 드리는 쉰째 날이 찾아옵니다. 본문은 그날 첫 열매로 만든 빵 두 덩이를 가져오되, 누룩을 넣어 구워야 한다고 덧붙입니다(23:17).
표의 마지막 두 줄은 서로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레위기 23:39 일곱째 달 열닷새에 너희가 그 땅의 소출을 거둔 뒤에는 이레 동안 여호와의 절기(하그)를 지켜라. 첫째 날도 샤밭톤이요 여드레째 되는 날도 샤밭톤이다.
초막절은 이레 동안 이어지며, 「첫째 날도 샤밭톤이요 여드레째 되는 날도 샤밭톤이다」. 여덟째 날은 그 자체로 독립된 하루로서, 36절에서는 「성회」라고 부르며, 달력에 나오는 정한 때 가운데 맨 마지막 자리를 차지합니다.
저마다 제날에
이 장은 끝에 이르러 이 날들을 주신 목적을 한데 묶어 갈무리합니다.
레위기 23:37-38 이것들이 여호와의 정해진 때들(모에딤)이니, 너희가 거룩한 모임으로 선포하여 여호와께 화제, 곧 번제물과 곡물 예물과 제물과 전제를 그날그날 정한 대로 드릴 때다. 이는 여호와의 샤밭과 너희 예물과 너희 모든 서원 제물과 너희가 여호와께 드리는 모든 자원의 제물 외에 따로 드리는 것이다.
정한 때를 주신 까닭은 「여호와께 화제, 곧 번제물과 곡물 예물과 제물과 전제를 그날그날 정한 대로 드릴」 수 있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정한 때마다 그날에 맞추어 올려야 할 고유한 예물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본문은 「외에」라는 말을 네 번 거듭합니다. 여호와의 샤밭 외에, 너희 예물 외에, 너희 서원 외에, 너희 자원 제물 외에 드리는 것이라 밝힙니다.
레위기 23장은 날마다 그날이 어떤 성격을 지니는지는 일러 주지만, 흔드는 단과 칠칠절의 빵 두 덩이를 빼고는 제단 위에 무엇을 올려놓았는지 구체적인 목록을 적지 않습니다. 그 목록은 다른 곳에 길게 나와 있는데, 수소가 몇 마리이고 숫양이 몇 마리이며 어린양이 몇 마리인지, 고운 가루 십분의 일, 포도주 사분의 일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헤아려 기록합니다. 단 하나의 절기에 바치는 수소만 해도 일흔 마리에 이릅니다.
민수기 28장과 29장이 바로 그 장부를 열어 보여 줍니다.